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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감성/정치사회

[오마이뉴스]급식 피해에 울고 행정처리에 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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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누님에게 전화를 했다가 조카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무슨 일이냐는 나의 질문에 요새 세상이 떠들썩한 급식사고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언론에서만 보던 일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여 일간 입원해 있다 퇴원한 조카는 병원에 입원했거나 고생한 학생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기말 시험이 연기되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그리고는 피자며, 김밥 등 군것질 거리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여느 평범한 학생들의 모습으로 돌아와 다행이다 싶었다.

언론에서 본 사태가 워낙 심각했기에 조카와 누님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친구들은 같이 입원 안 했었냐?”
“응 우리 반은 나 혼자 입원했고 다른 애들은 학교 근처 병원에 입원했대.”
“식중독 맞데? 급식 먹고 그런 거 맞아? 그리고 뭐 어쩐다라는 말은 없어?”
“몰라. 교장선생님이 오셔서 치료비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가셨고, 보건소에서 왔었고 그 외에는 별말 없었거든.”
“아니 무엇 때문에 급식사고가 났다든가 무슨 말이 있었을 거 아냐?. 하다못해 회사에서 미안하다는 사과편지 같은 것도 안 왔어?”
“그런 게 어디 있어. 오히려 욕만 먹었는데”
“왜?”
“치료비 청구해야 하는데 서류 안 낸다고 담당선생님한테 한 소리 들었어. 마음 같아서는 며칠간 일도 제대로 못하며 병간호하느라 마음 고생한 학부모에게 치료비 청구 문제로 뭐라고 할 때냐 라고 쏘아버리고 싶었는데 3년간 학교 다녀야 하는데 찍혀서 좋을 것 없잖아. 그래서 꾹 참았지.”
“뭐야 그럼 언론에다 그렇게 사과하면서도 정작 피해 당한 사람들에게는 찾아오지도 안 왔다는 거야?

누님과 조카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한 숨이 나왔다. 급식사고 회사측은 언론을 통해 여러 가지 대책과 사과를 떠들고 있었지만 피해자들에게 사과나 위로방문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인 학생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숨죽일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급식사고 신고를 늦게 한 학교가 더 있으며 또한 식자재를 폐기해 사고 원인도 추적할 수 없다는 보도가 생각났다. 피해가 발생했을 때 누구나 쉽게 피해를 접수하고, 접수된 피해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하며 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학교가 쉬쉬하려고 해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의 사고를 지켜보면서 피해 접수부터 후속조치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 문제 기업의 창구가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속앓이를 해야 하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