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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이 변했는데, 베어백의 코치근성은 변하지 않았다는 태생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베어벡, 당신은 코치가 아니라 감독입니다"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에 대한 반론을 아니 베어백을 위한 변명을 늘어놓을까 합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10년 전쯤 차범근 감독에 대한 평가가 생각납니다. 승승장구하며,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자, 마치 대본이라도 나눠준 듯 많은 언론들은 차범근 감독의 분석력의 승리이며 결실이라 떠들었습니다. 그리고 과학 축구네, 뭐네 하며 당시 차범근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노트북까지 조명했습니다.
하지만 밤 12시 '땡' 하면 초라해지는 동화이야기처럼, 본선에서 무참한 패배를 당했고, 이에 대해 '독선적인 감독', '과학적인 분석이 없는 감독'이라며 차 감독을 매장하고 결국은 외국으로 내몰았던 것도 언론이었습니다.
한국대표팀이 시리아를 상대로 한 졸전이 있자, 많은 언론들은 베어백의 감독으로서 능력을 회의적으로 이야기하며, "그러게 코치로써나 제격이지"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베어백을 조금이라도 위하는 척하거나 사려 깊은 척한다면, '시간이 얼마 안 되어 이해는 되지만 조금 더 너의 색깔을 보여라'하며 점잖게 꾸짖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보기에도 민망한 헛발질로 좋은 찬스 날리던 설기현 선수를 끝까지 기용한 히딩크 감독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감독의 뜻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한 설기현 선수의 결정적인 골.
시리아전에서 베어벡 감독처럼 똑같이 교체를 늦추던 히딩크에 대해서는 명장 히딩크의 천부적인 예감의 승리라 칭송하던 언론들이 베어벡에게는 '수석코치로서 최고였던 베어벡(명장으로서 카리스마)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라며 질책을 합니다.
베어백의 용병술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패배에 대한 책임을 누구나 다 아는 '감독 경험이 부족한' 약점과 결부시키는 것에 대한 반론을 제시할 뿐입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 제목처럼 "베어백은 코치가 아니라 감독입니다"는 맞습니다. 그는 감독이었기에 승리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간절했고, 감독으로서 감을 버리지 않은 것입니다.
코치였다면, 그 상황에 대해 가장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철저한 데이터를 근거로 선수를 교체하자고 감독에게 직언했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코치로서 그렇게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면, 그는 한국대표팀에서 감독을 바꿔가며 코치를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니 그런 무기력한 코치였다면, 한국대표팀 코치로 들어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베어백은 바로 치밀한 분석력과 전술로써 능력을 인정받고 사랑받던 코치였습니다. 그런 그가 언뜻 보면 무기력해 보일 정도로 선수교체를 미루었던 것은 명장 히딩크가 그러했듯 자신의 감을 믿었던 건 아닌지? 아니 왜 그렇게는 생각을 못해주는지 묻고 싶습니다.
'너는 평생 코치가 어울려'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니 명감독의 이해하지 못할 예감은 뛰어난 예지력이고, 베어벡의 예감은 무기력으로만 보인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베어벡이 감독이 된 지 이제 겨우 2개월이 넘었습니다. 색깔이 부족하다는 언론들, 한국 축구가 변하지 않았다는 언론들. 모든 것이 변하고 있음에도 감독이 쉽게 변할 수 없도록 옥죄는 것은 바로 그대들의 조바심과 엘로우 저널리즘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아니 모든 것이 변하고 있지만,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병폐는 변하지 않았다는 대형 언론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대들의 조바심과 엘로우 저널리즘도 마찬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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